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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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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재혁의 '아침 클래식'을 듣고 와서
작성자 이현수 작성일 2016-03-19 09:09:50 조회수 1242
연초에 했던 다짐 따라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표를 예매하고 기다렸다. 얼굴은 사진으로 보았고 목소리와 연주는 라디오로 들어 왔으니 남은 것은 조재혁의 연주와 강의에 가까운 해설을 현장에서 들어보는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음악과 생각이 있었기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음악으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매주 수요일 아침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궁금했었다. ​오전이라는 시간의 생경함과 초면이라는 만남의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렉쳐’로 대표되는 이미지만큼이나 말쑥하고 단정한 외모와 익숙한 목소리가 미적거리는 겨울처럼 굳어 있는 듯했던 객석의 분위기를 화사한 봄날처럼 녹여버렸다. 그리고 친절과 배려와 재기와 열정이 혼융된 그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의 박수소리가 커지고 환호하는 소리도 늘어났다. ​무서운 길도 믿음직한 사람과 함께 가면 무서움 없이 갈 수 있는 것처럼 자상한 설명과 뒤에 드뷔시의 ‘기쁨의 섬’을 들을 때는 익숙한 곡을 듣듯 곧장 빠져들 수 있었고 베토벤과 쇼팽을 들을 때는 소리를 들으며 음악가들 각각의 삶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박수로 청하기도 전에 ‘그냥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자리에 앉은 뒤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객석에서 가벼운 탄성이 흘러 나왔고 두 가지 소리가 함께 들린 내게는 울컥 치밀어오르는 까닭 모를 감동이 있었다. 귀로 소리를 들으며 이게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가는 단상들이 있었다. 한 사람의 인도로 우리 부부가 SK아트리움을 찾아온 지난날들이었다. 세상에나 ‘즉흥 환상곡’을 들으며 눈에 눈물이 고일 수가 있다니. 조재혁의 연주가 끝났을 때 나는 남들 따라 박수도 치지 못했다. 참 대단한 봄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또 한 번 마음을 굳혔다. 다음달도 그 다음달도 또 그 다음다음달도 넘치는 마음으로 ‘아침클래식’ 찾아 조재혁을 만나야 하겠다고. ​수원SK아트리움 측에도 고마움을 전해야 할 것이 있다. 그동안 장애인 화장실에 거울이 없는 것이 불편했었다. 처음 봤을 때는 ‘혹시 걱정 되는 게 있어 그랬나?’ 싶었다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태프를 만나 까닭을 물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찾은 장애인 화장실에 깨끗한 거울이 반듯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고맙다’는 내 말에 스태프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불편한 것 없이 하는 게 저희 할 일’이라고 하면서. 사람과 시설에게 모두 봄 선물을 받다니 일진이 참 좋은 날이었던 모양이다.